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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3시간 전
5분 분량

AI 시대에 다시 생각해보는 미술교육의 가치

Sarah · Founder & Director, Art Muse Art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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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학부모님들로부터 이런 걱정 어린 질문을 종종 받았습니다.


“AI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시대인데, 우리 아이가 미술을 하는 게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요?”


특히 미대 진학을 앞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걱정은 조금 더 현실적입니다.


“아이가 미술을 좋아해서 계속 시키고는 있는데, 앞으로 미술을 전공해서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요?”


충분히 할 수 있는 걱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 역시 처음 생성형 AI를 접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미술을 공부하고 미술교육 현장에 몸담아 온 저에게, 몇 마디의 명령만으로 순식간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AI는 단순히 신기한 새로운 기술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잘 그리는데, 앞으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금 과장하면, 제가 오랫동안 해온 일의 존재 이유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안은 미술 분야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안정적이고 전망이 밝아 보였던 분야들이 AI와 자동화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직업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고, 지금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직업이 생기고 사라질지조차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비주얼 아트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사진 몇 장과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이전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했던 수준의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고, 사람의 피부와 빛의 질감까지 표현된 사실적인 이미지도 순식간에 만들어집니다.


지난 몇 년간의 발전 속도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어디까지 가능해질지 쉽게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저 역시 같은 고민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슷한 걱정을 하고 계실 부모님들과 제가 지난 몇 년간 미술교육 현장에서 고민하고 경험하며 내린 생각을 한번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과연 AI 시대에도 우리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은 여전히 가치가 있을까요?



AI를 직접 사용하면서 오히려 알게 된 것


처음 AI를 접했을 때의 충격 이후, 저 역시 이 새로운 기술을 피하기보다는 직접 사용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자료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AI가 얼마나 강력한 도구인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제 생각은 처음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AI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수많은 결과 중 무엇이 더 좋은지 알아보는 것,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 왜 이상한지 찾아내는 것, 여러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향을 수정하는 것 역시 결국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오히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보는 눈과 판단력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AI 시대가 되면서 갑자기 새롭게 가르쳐야 하는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미술교육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가르쳐왔던 영역들이었습니다.



결국, 다시 기본으로


AI가 등장하기 전에는 높은 수준의 제작 기술 자체가 지금보다 훨씬 희소했고, 그 기술만으로도 충분한 전문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미술교육 역시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리는지, 얼마나 능숙하게 표현하는지, 얼마나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에 많은 무게를 두어왔습니다. 때로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 ‘미술을 잘하는 것’이 거의 같은 의미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I가 인간의 제작 능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지금, 단순히 ‘잘 만들어내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고, 수많은 가능성 중 무엇이 더 좋은지 판단하고, 왜 그런지 설명하고,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면 다시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


즉, 뛰어난 실행자가 되는 것만큼이나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디렉터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디렉터의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이제 드로잉이나 테크닉을 배우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걸까요?


아이들이 직접 대상을 관찰하고 그려보면서 비례의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빛에 따라 달라지는 명암을 표현하고, 색을 직접 섞어보면서 색과 색의 관계를 경험하고, 화면 안에서 물체를 이리저리 배치하며 구도를 만들어보는 과정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 아닙니다.


보는 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많이 보고, 직접 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해본 경험이 쌓여야 무엇이 좋은지 알아볼 수 있고, 무엇이 어색한지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술의 기초와 이론은 더 잘 보고 판단하기 위한 토대가 되고, 테크닉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시각 언어가 됩니다.


이론은 판단의 기준을 만들어주고, 직접 해본 경험은 그 지식을 자신의 감각으로 바꾸어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쌓이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만의 ‘보는 눈’을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테크닉을 가르칠 것인가, 가르치지 않을 것인가가 아닙니다.

테크닉을 무엇을 위해 가르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잘 그리는 것 자체를 최종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더 깊이 보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배우는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시대의 작품과 문화, 서로 다른 생각과 표현을 접하면서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폭을 넓히는 것, 무엇이 아름다운지,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이 강하게 다가오는지를 느끼고 ‘나는 왜 그렇게 느끼는가’를 생각해보는 경험 역시 중요합니다.


AI 시대를 맞아 완전히 새로운 미술교육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미술교육이 원래 가지고 있던 가장 근본적인 가치로 더 깊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만드는 사람에서, 디렉팅하는 사람으로


창의력은 단순히 남들과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능력만은 아닙니다.


잘 보고, 많이 알고, 질문하고, 선택하고, 직접 시도해보고, 결과를 비교하고, 잘되지 않았을 때 다시 방향을 바꾸어보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중요하게 생각해온 질문 중 하나가 있습니다.


“왜?”


왜 이 물체를 선택했을까?왜 여기에 놓았을까?왜 이 색을 사용했을까?사람들이 이 그림에서 가장 먼저 무엇을 봤으면 좋겠니?어떤 느낌을 전달하고 싶니?


아이들은 보통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거나, “그냥요. 그게 좋아서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다시 스스로 그 이유를 생각하고 들여다볼 수 있도록 질문을 조금씩 바꾸어줍니다.


“둘 중에서는 어떤 구도가 더 좋아 보여?”

“이 물체를 조금 가까이 가져오면 느낌이 어떻게 달라질까?”

“조용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만들고 싶어, 아니면 조금 더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겠어?”


정답을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얼마 전 정물화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캔버스가 하나의 무대라고 생각해봐. 그리고 너는 이 무대의 디렉터야.”


정물의 물체들은 무대 위의 배우들입니다.


누가 주인공인지, 어떤 물체가 주인공을 받쳐줄지, 서로 얼마나 가까이 있어야 할지,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로 움직일지, 화면이 안정적으로 느껴질지 아니면 조금 더 긴장감과 움직임을 가질지.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람이 바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 자신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하기 위해 앞에서 배운 드로잉, 명암, 색, 구도, 비례와 같은 기초가 사용됩니다.


아이에게 이론을 외우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실제 그림 속에서 그것을 사용하고 비교하고 판단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완성된 결과물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얼마나 스스로 보고, 생각하고, 선택하고, 판단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AI의 등장은 이러한 교육의 방향을 바꾸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왜 그것이 중요한지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AI가 점점 더 뛰어난 ‘실행자’가 되어간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 도구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지, 어떤 결과를 선택할 것인지,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디렉터’의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AI 때문에 미술을 배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술을 통해 아이들이 기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가치 있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보는 능력.질문하는 능력.무엇이 더 좋은지 비교하고 판단하는 능력.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능력.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능력.결과를 보고 다시 방향을 수정하는 능력.


그리고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하며 자신만의 취향과 미적 판단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들은 새로운 AI 시대를 위해 갑자기 만들어낸 교육 목표가 아닙니다.


미술교육이 본래 아이들에게 줄 수 있었던 중요한 가치들입니다.


다만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점점 더 쉬워지는 시대가 오면서, 그 가치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처음 AI를 접했을 때와는 다른 질문을 합니다.


‘AI가 이렇게 잘 만드는데,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것이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가 아니라,


‘무엇이든 쉽게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미술교육을 해야 할까?’


제 답은 새로운 미술교육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테크닉을 넘어, 미술교육이 본래 가지고 있던 가치에 더 충실해지는 것입니다.


잘 만드는 법만이 아니라 잘 보는 법을,정답을 따라가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법을,완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판단하고 다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점점 쉬워지는 시대일수록,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단순히 잘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방향을 정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그 힘을 길러주는 것이, 앞으로 미술교육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Sarah

Founder & Director

Art Muse Art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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